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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그거 시작했는디^^[낙남1]

배나라 2015. 1. 20. 11:28

No : 790
Name : 산으로가는길
Date : 2006-06-28 21:38:17
Lines :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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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나두 그거 시작했는디^^[낙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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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봉-음양수-삼신봉-외삼신봉-묵계재-고운동재
☞지도보기1, ☞지도보기2

[지리산! 그 넉넉한 품에 안기다]

[낙남1] 영신봉-삼신봉-고운동재 (12.3km)

◆일시:2006.6.3(토요일, 맑고 한여름만큼 더움)
◆산행상세
*접근: 거림매표소-(6km/2시간05분)-세석대피소-(0.6km/12분)-영신봉
*낙남정맥: 영신봉-(1.6km/25분)-음양수-(1.0km/19분)-대성골갈림길-(0.5km/9분)-석문-(1.8km/43분)-한벗샘갈림길-(2.7km/58분)-삼신봉-(1.0km/28분)-외삼신봉-(2.5km/1시간07분)-묵계재-(1.8km/53분)-고운동재
*거리: 접근로 6.6km+정맥 12.3km =18.9km, 순보행: 7시간 19분, 총소요: 9시간 43분

 

▼낙남정맥의 우두머리가 되는 영신봉-뒤로 천왕봉이 보인다.
naknam01-01.jpg
지리산이 거느린 수많은 봉우리 중 가장 영험스럽다는 영신봉(靈神峰,1651.9m)에 섰다.
사방팔방으로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첩첩의 산! 산! 산!
촛대봉 건너로 손만 뻗으면 천왕봉이 잡힐 듯 가깝다.
함양쪽 중첩된 산 골골을 메운 낮은 구름!
아! 얼마나 그리워했던 지리산인가!
지리산의 넉넉한 품에 안겼다는 자족감으로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천왕봉을 향해 허리 숙이고 재배한다.
예정에 없던 의식이지만 어떤 경건함 또는 숙연함으로 절로 머리를 낮추며 읇조린다.
"이 땅의 산하를 관장하시는 신령이시여! 부디 이 어리석은 미물의 앞 길을 굽어살피소서!"
이제 팽팽하게 당겨졌던 활 시위는 놓아졌다.
부지런히, 서두르지 말고, 한 발 한 발 걷고 또 걸을 일만 남았다. 낙남의 길로...

이 땅의 산꾼들은 낙동강, 섬진강, 남해바다를 경계지으며 낙동강 하구 신어산으로 이어지는 232km의 산줄기를 낙남정맥이라 부르며 백두대간의 연장이라고도 한다. 혹자는 한 단계 격을 높여 낙남정간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 줄기의 끝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신어산이 아닌 김해의 백두산, 또는 불모산에서 갈라져 봉화산에서 끝을 맺는다는 신낙동정맥이란 이견으로 분분하다.
허나, 어리석은 본인은 정간이며 정맥이며 그 아리송한 의미조차 헤아리지 못한다. 어짜피 산줄기의 이름은 인간이 정의한 것일 뿐 산이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이 땅의 산줄기를 따라 가 볼 일이다.

채 어둠살이 깔리기 전 포항을 출발했건만 거림골 주차장에 이른 시간은 벌써 자정이 넘었다.
세상은 참 편해진 디지탈시대다. 신통방통 하기만 한 네비게이션이란 놈에게 거림을 묻자 녀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거림매표소 초입으로 안내한다. 어쩌면 최근 유행하는 산악용 GPS가 발달하여 산길까지 안내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녀석은 혼자여도 심심하지 않을 만큼 산행내내 쫑알거릴 것이다.
"잠시 후 갈림길입니다."
"100m 후 오른쪽 산죽길로 들어가세요"
"좌측 10m 아래에 옹달샘이 있습니다."
"장시간 운행은 무릎에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50m 후 나타나는 전망바위에서 쉬었다 가세요"
참 재미있을 법도 한 상상이다. 하지만 지도와 나침반에 의존하는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터라 그런 세상이 올지라도 쉽게 적응 할런지...
차량 뒷좌석을 접고 매트리스 깔고, 침낭를 편다. 대각으로 누우니 딱 맞춤사이즈다. 어느 산상호텔 부럽지 않은 한 평 공간에서 한없는 자유를 만끽한다. 지리산의 골짜기를 초롱초롱 밝히는 별을 헤아리며 살풋 꿈결을 헤메인다.

파르르르...
파란 불꽃을 내는 버너를 지피는 동안 날은 어느새 희끄므레 밝아진다. 그 파란 불꽃 속에서 왕성한 생동력을 얻는다.
두 쌍의 부부가 부지런한 아침을 열며 씩씩한 걸음으로 거림골로 빨려들어간다.
대충의 아침식사를 마치고 그들의 뒤를 따른다. 두지바구산장 왼편으로 들어서자 토끼 한 마리가 겅중거리며 아침인사를 건넨다. 나도 응답한다. "굳모닝 토까야! 참 좋은 아침이지!"
녀석은 사람에 길들여져 있는지 가까이 가도 물러날 기색없이 호기심 찬 눈망울만 굴린다.

6월의 거림골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그 성성한 푸르름 속으로 빨려드는 낙남의 첫 걸음은 마냥 설레이고 가슴 콩닥거리는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기실 낙남의 첫 걸음은 지리산 천왕봉을 거치는게 모양세가 그럴 듯 하지만 그만큼의 발품이 부담스러워 영신봉에 이르는 짧은 코스인 거림골을 택했다. 거림에서 영신봉 오르는 길은 워낙 많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고 곳곳에 번듯한 이정표가 있으므로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는 한길이다.
매표소 작은 창문은 아직도 잠에서 깨지 못하고 굳게 닫혀있다.
덕분에 1600원이 굳어졌다. "므흣~ 수지맞았다^^" 반쯤 열린 쪽문을 지나자 큼직한 돌덩이가 제멋대로 구르다 멈춘 듯한 돌밭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힘이 실려있다.
한 시간쯤 계곡 속의 돌길로 빨려들자 아담한 나무다리가 나타난다. "천팔교" 이곳의 고도가 1008m라 하여 붙여진 이름.
이어서 5분쯤 더 오르면 "북해도교" 좀 생겨스러운 이름이지만 이 다리를 기점으로 위쪽과 아래쪽의 기온이 확연히 차이 난다 하여 일본 북해도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한다. 다리 끝으로 작은 동판이 세석까지 3.0km를 알리고 있다. 매표소에서 세석까지 6.0km였으니 이제 꼭 절반 온 셈이다. 다리 지나서 나타나는 이정표는 세석까지 2.8km를 알리고 있어 거리표시가 상이하다. 허나 그 거리표시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조망판이 있는 전망터에서 건너다 보는 낙남정맥(지리산 남부능선과 외삼신봉이 보인다)
naknam01-02.jpg북해도교를 건너서는 계곡에서 멀찌감치 떨어지며 꾸준한 오르막 길의 연속이다. 저만치 앞서 출발했던 두 쌍의 부부가 막 아침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참으로 살갑게 다가오는 정겨운 모습이다. 그들은 지리산 기슭 섬진강변 하동땅에서 왔다고 한다.
물 맛 좋은 샘터를 지나 나무다리 3개를 연속해서 지나쳐 오르면 조망판이 그려져 있는 전망터가 나온다.
조망판에는 "남해 삼천포를 찾아보세요"라고 씌여져 있고 보기좋게 조망되는 봉우리의 이름들을 표시해 두었다. 삼천포도 삼천포지만 거림골 건너로 유연하게 뻗어나간 남부능선이 무엇보다 먼저 와락 달려든다.
낙남의 길이 바로 코 앞이라니... "아헤야 어서 달려가보자..."

굵은 돌들 사이로 제법 많은 수량의 물이 흐르는 세석교를 건너 한 차례 올라서면 의신갈림길이다. 아니, 낙남의 길을 따라 남해바다로 닿는 길이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세석 0.5km"는 한달음이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온통 잔돌 투성이었건만 세석은 올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변한 모습을 보인다. 이번에는 음수대 주변이 예전에 비해 좀 달라진 듯하다. 촛대봉 아래의 잔돌고원은 연분홍 철쭉이 드문드문이다.
세석철쭉은 예전 지리10경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옛 말이 되어 그 명성을 잃은지 오래다. 한 무리의 산객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대피소를 지나 나무울타리가 쳐진 길을 10분 가량 오르면 영신봉(1651.9m)이다.

백두대간이 낙남정맥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낙남의 우두머리 영신봉. 바윗돌이 듬성듬성 자리한 고스락에 올라 지리산이 풀어놓은 가이없는 산세에 한동안 넋을 잃는다. 그러다가 문득 머리를 조아린다.
"부디 지금의 이 뜨거운 마음이 어떤 고난에 부딪히더라고 낙동강 하구에 이를 때까지 변치않도록 산신의 가호를..."
낙남에 대한 그리움이 현실화 되는 순간. 이제 낙남이란 줄기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걸어 들면서 이 땅의 산줄기에 대한 진득한 그리움과 애정을 쌓아갈 것이다.


naknam01-03.jpg◀영신봉에서 보는 낙남의 줄기
"세석 0.5km, 연하천 5.5km"를 알리는 영신봉 이정표 앞에서 갑자기 몸과 마음이 대립한다. 예정은 다시 세석으로 내려가 거림갈림길을 지난 후 음양수로 내려 서는 것이었다.
허나 남쪽으로 유연하게 뻗어나간 삼신봉까지의 줄기를 보는 순간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넘어서는 안 될 금줄을 넘고 있다. 영신봉~음양수 구간의 약 1km는 비지정 등산로란 이름으로 출입이 통제된 마루금이다. 낙남정맥은 그렇게 첫 걸음부터 정맥꾼들의 발목을 잡는다. 이 길을 걷다가 걸리면 50 마넌....크~~비싸다...

영신봉 아래 헬기장을 지나 바위 아래로 내려서면 허리춤까지 오는 좁다란 산죽밭이 나타나며 옅은 숲길이 이어진다.
족적은 뚜렷한 편이다. 7분 가량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 오른편으로 돌무더기를 쌓아 놓은 전망터가 나타나고 노고단쪽으로 시야가 훤히 트인다. 발 아래로는 대성골로 이어지는 큰세개골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어서 2~3분만 더 진행하면 커다란 바위 암봉 위로 올라서게 되는데 바위 아래로는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길은 이 암봉 직전에서 왼쪽 아래로 꺽어 내려야 하고 족적이 희미한 편이다. 내림길 건너편으로는 세석산장이 빤하게 건너다 보인다. 곧 숲 속으로 빨려들어 6~7분 나서면 너른 암반과 바윗돌 위에 약간의 돌을 쌓아 놓은 전망터가 나타난다. 바위 끝으로 나서면 천왕봉을 비롯해 저 앞으로 가야할 남부능선의 삼신봉이 또렷하게 보인다.
이 바위터를 지나 5~6분 내려오면 오른쪽 바로 옆으로 지계곡 상단부가 되는 옅은 물길이 보이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습지를 이룬 곳이다. 길은 이곳에서 두 군데로 갈라지며 이리저리 흩어지게 되는데 왼편은 세석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나무울타리쪽으로 이어지고, 직진방향으로 20~30m만 나서면 음양수 뒷편에 있는 바위재단터 오른쪽으로 내려서게 된다.
즉, 영신봉에서 남쪽으로 곧장 내리 뻗어 음양수까지 1km 정도 이어지는 능선이 낙남정맥 마루금이 된다.(약 25분 소요)

음양수에서 삼신봉까지 이어지는 남부능선이자 낙남정맥은 설명이 필요없는 훤한 고속도로다. 앞쪽으로 넓찍한 암반을 둔 이 재단터는 예전 빨치산 지휘본부가 있었던 곳이라 한다. 대성골 역시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이념의 대립 속에서 남쪽과 북쪽 모두에게 소외받았던 그들의 피흘림은 이미 먼먼 얘기지만 아픈 역사의 생채기가 남아 있는 곳이다.
바위재단터 아래로 내려오면 집채만한 바위 아래로 옹종한 샘터가 있는 음양수다. 각각 바위 좌우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음과 양으로 구분된다.
습관처럼 물 한 모금 마신다. "거참 물 맛 하난 기차게 조쿠먼!!!"

▼집채만한 바위 아래로는 맛있는 음양수 샘터
naknam01-04.jpg그런데 가만있자... 이곳은 무척 낮이 익은 곳이네...
아! 그래 맞어!
한 20년쯤 전이었지... 비브람에 키보다 큰 베낭을 둘러메고 폼나게 다니던 팔팔한 시절...
그 때 세석에서 천원짜리 납짝한 나폴레옹으로 속을 달군 탓에 이곳에서 한 두 시간 꼬꾸라져 옴짝 달싹 못했던 곳...
맞어! 그땐 혼자가 아니었어, 머~찐 아가씨 세 명이 동행이었고, 그로 인해 뭇 남성들의 부러움과 눈총을 받기도 했지.
지리산 어느 모퉁이에서 야영장비는 그녀들에게 상납하고 비닐거적 속에서 온 밤을 떨었던 기억...
그때의 바지런과 아양(?)을 가상히 여겼던 것인지...
그 셋 중에서 가장 예쁘고, 착하고, 목소리 맑던 아가씨와 한 지붕 아래서 산 세월이 벌써...
그땐 데이트란 이름으로 참 많은 산들을 쫓아 다녔었는데... 쿠하하핫~~~
오랜 기억 속 실밥 하나가 풀어지자 묵은 추억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그 유쾌했던 시절의 기억들은 남부능선을 따르는 동안 싱싱한 활력소가 되었고, 난 한동안 그 기억 속에서 베실베실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려야 했다.

음양수를 지나 내려서는 길은 주변으로 걸리적거리는 산죽을 잘라놓아 달려도 좋을 만큼 훤한 길이다. 그 길섶으로 물고인 돌절구 하나가 눈에 띈다. 예전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다. 빨치산들이 사용했던 것일까?
하늘을 떠 받치고 있는 듯 거대한 갓바위 하나를 지나치면 대성교 갈림길이다. 이어서 거대한 석문. 실로 자연의 조화가 신비롭다. 어찌 이런 곳에 하늘로 통하는 문을 만들어 놓았을까! 석문을 지나 올라서게 되는 1231봉은 바위조망터가 있어 지나왔던 세석고원 일대를 훤히 건너다 볼 수 있는 길이다.

이젠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헬기장터인 1237봉을 지나면 잘 정돈된 산죽의 사열을 받는 고샅길 아래로 한벗샘 갈림길이다. 등짐 속에 아직 충분한 물이 남아있지만 습관은 한벗샘까지 발길을 인도한다.
영신봉에서 삼신봉까지 이어지는 길은 유난히 전망터가 자주 나타나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매번 비슷비슷한 조망이지만 전망터가 섭섭해 할까봐 발길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세 개의 삼신봉(산신봉, 내삼신봉, 외삼신봉)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세석쪽 영신봉과 촛대봉은 점점 멀어진다.
산죽길을 바득바득 올라 코 앞으로 삼신봉이 건너다 보이는 1278봉에 이르러 현 위치를 가름하기 위해 지도를 찾으니....
어라! 오데로 갔지??
최종적으로 지도를 확인 한 곳이 한벗샘. 지도를 찾기 위해선 한벗샘까지 도돌이표를 찍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냥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오늘뿐 아니라 내일 산행해야 할 지도까지 함께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결정은 뻔한 것... 베낭을 벗어던지고 바람처럼 달린다. 산죽 내리막 10분을 정신없이 내려서자 녀석은 베시시 드러누워 있는게 아닌가. 휴~ 다행이다. 집나간 자식 들어온 것처럼 반가웁다.

▼산불흔적이 있는 고사목 지대 건너로 이제 삼신봉은 지척이다.
naknam01-05.jpg삼신봉이 가까워지면 산불흔적이 있는 고사목 지대가 이어진다. 지리산은 화마의 흔적을 치유하기 위해 그 길섶으로 올망졸망 화려한 금낭화 정원을 가꾸어 놓았다. 지리산의 품에 안겼다는 자족감은 그렇게 아무렇게나 방치된 듯한 고사목이며 작은 풀꽃 하나조차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리산에 외로이 누운 어느 산꾼의 추모비를 지나 암릉을 올라선 삼신봉(1289m)엔 먼저 자리잡은 산님 몇 분이 지리산이 풀어헤친 끝없는 산세에 넋을 놓고 있다. 과연 삼신봉은 지리산의 특급 전망대로 전혀 손색이 없다. 지리주릉은 물론이요 동부능선 황금능선까지 아득하다. 삼신봉에 서면 지리산은 머리 속의 개념보다 훨씬 커진다.
가야할 길에 대한 약속만 없다면 어둠이 깃들 때까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naknam01-06.jpg◀삼신봉에서 본 지리주릉(우측 천왕봉)
영신봉에서 시작된 남부능선은 이곳 삼신봉을 지나 형제봉-신선대-노고산으로 이어지며 100리 능선을 유장하게 이어간다. 낙남의 산줄기는 삼신봉을 기점으로 남부능선과 등을 돌리고 남동으로 방향을 튼다.
10여분 내려서면 청학동 갈림길. 낙남의 길은 정면 "탐방로 아님" 이란 친절한 이정표가 있는 조릿대 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예전 이 길을 지나칠 때 얼마나 저 숲으로 빨려 들길 원했던가. 이제 그 길에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야겠다.
오밀조밀한 조릿대 숲을 헤치고 올라서면 뜨거운 오후에 달구어진 검은 빗돌만 외로이 서 있는 외삼신봉(1288.4m)이다. 역시 물결치듯 일렁이는 지리산의 대파노라마에 눈이 아리다. 발 아래로는 청학동과 삼성궁, 묵계지가 빤하다.
곧이어 오름길에서 만났던 산객 한 분이 올라오신다. "백운' 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지리산을 손금 보듯 훤하게 꿰고 있는 광양 산꾼이다. 포항에서 왔다는 소리를 하자 그도 한때 포항땅에 몸담고 있었단다. 그는 이미 정년퇴직을 했지만 같은 직장에 몸담고 있었고, 그가 알고 있는 사람과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동일인물이란 이유등으로 우린 짧은 시간 이지만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naknam01-07.jpg◀외삼신봉
외삼신봉 아래 밧줄이 드리워진 바위구간을 내려서면 옅은 산죽구간이 나타나지만 익히 들어온 명성만큼 그리 심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서막에 불과한 것이었다. 바위 벼랑 위에 작은 돌탑이 있는 전망대를 지나자 산죽은 서서히 이름값을 하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산죽도 산죽이지만 더 고통스러운 건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다. 결국 고운동재까지는 그 거미줄로 인해 곤욕스러웠다.
키를 넘는 산죽사이 좁다란 고샅길로 급하게 떨어져 내린 묵계재는 온통 잡풀이 점령한 헬기장이다. 묵계재를 지나서도 산죽의 저항은 거세다. 쉴 만한 자리도 나타나지 않으니 그저 꾸역꾸역 오를 뿐이다.
두 개의 봉우리를 지나면 산죽으로 둘러 쌓인 991봉 이고 오른쪽으로 살짝 꺽어 내린 후 무덤터를 지나면 고운동재다. 고운동재까지 이르는 길은 전체적으로 외길이고 앞선 선답자들의 표지기가 등대처럼 훤하게 길을 밝히고 있으므로 크게 길을 잘못들 만한 곳은 없다. 고운동재에서 삼신봉에 이르는 구간은 출입이 금지된 곳이라 고갯마루엔 철망 울타리가 쳐져 있지만 오른쪽으로 돌아 나오는 길이 있다.

naknam01-08.jpg◀외삼신봉 이후 고운동재까지는 온통 산죽 고샅길이다
고운동재는 우측 묵계리와 좌측 고운동쪽 상부저수지를 연결하는 2차선 포장도로로 지나는 차량이 뜸한 편이다.
한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무더운 날씨 탓으로 아랫도리에 땀이 차 쓰린 사타구니에 세상구경도 시키고, 션하게 불어오는 지리산 바람을 한껏 쬔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자 때 맞춰 지나가는 마산분들의 차량에 보기 좋게 히치당해 삼신봉 터널 아래 판기삼거리까지 쉽게 온다. 고마움의 표시로 커피값이라도 건네자 사양하는 아저씨와는 달리 아줌마의 손길이 먼저 온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해 진다. 거림골까지는 한 차례 히치를 더 하여 무사히 차량을 회수한다.
두지바구 산장 아래에 있는 공터 주차장은 언제부터였는지 주차비로 거금 5000원을 징수하고 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주차장 주인께 묵 한 접시를 청하고 지리산 깊은 골짝의 서정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름의 낮 시간은 길기만 하다. 무료한 시간 죽이기 위해 청학동도 둘러보고, 삼성궁도 둘러보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하동저수지까지 한 바퀴 휘리릭~~~ 비빔밤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운다.

별빛 초롱초롱한 고운동재로 다시 올라와 커피 한 잔 마시고.... 소주 한 잔 마시고...
눈빛 파란 산짐승이 가끔 잠자리를 기웃거리며 제 영역을 침범한 이방인에게 나직히 암호를 묻는다.
"산친구..." 그제서야 녀석들은 경계의 눈을 풀고 슬금슬금 자리를 내준다.
그렇게 지리산 언저리의 밤은 깊을 데로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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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메모
05:57 거림매표소 출발(이정표:세석 6.0km)
06:49~55 천팔교
07:00 북해도교(세석 2.8km, 거림 3.2km)
07:17~24 휴식
07:25 샘터(세석 2.1km)
07:40 나무다리 연속해서 3개 지나침
07:45 전망대(조망간판 "남해 삼천포를 찾아보세요")
07:50 세석교
08:06 의신갈림길(세석 0.5km, 의신 9.5km, 거림 5.5km)
08:15~28 세석산장
08:40~45 영신봉(세석 0.5km, 연하천 5.5km, 벽소령 9.5km)
08:55 바위암봉(왼쪽 아래로)
09:02 전망터(너른 암반, 돌탑)
09:10~15 재단터, 음양수(1450m, 세석 1.2km, 쌍계사 15.3km, 청학동 8.8km, 의신 7.9km)
09:34 대성교 갈림길(대성교 6.9km, 삼신봉 5.3km, 세석 2.2km)
09:45~50 석문
09:52~10:04 1321봉(조망터)
10:39 헬기장, 1237봉
10:45~55 한벗샘 갈림길(세석 4.8km, 청학동 5.2km, 한벗샘 40m) *한벗샘은 약 100m 거리
11:23~40 1278봉
12:10~22 삼신봉(세석 7.5km, 청학동 2.5km, 쌍계사 8.9km)
12:30 청학동 갈림길(청학동 2.0km, 세석 8.0km)- 정면 "탐방로아님" 팻말 뒤 산죽길로 진행
12:50~13:16 외삼신봉, 백운님 만남
13:42~54 휴식
14:10 전망터, 천왕봉 잘 보이는 곳, 벼랑 끝으로 작은 돌탑
14:35~14:40 묵계재, 헬기장, 잡풀 웃자람
15:12 991봉(산죽지대로 정점이 뚜렷하지 않음)
15:20~27 무덤터
15:40 고운동재(철망울타리 우측)

*고운동재-원묵계-삼신봉 터널-판기3거리:히치(10,000원)
*판기3거리-거림: 히치
*거림 주차비:5,000원

 

▲거림골 입성을 심하게 환영하며 길마중 나온 토끼 한 마리.... 고놈 참 기여븐데^^

 

▲세석 오름길에 만나게 되는 전망대에서 건너다 본 남부능선-순한 능선 끝으로 삼신봉, 외삼신봉

 

▲세석 대피소

 

▲내가 젤루 좋아하는 그림...산의중첩(영신봉 오름길에서 본 함양방향)

 

▲영신봉 이정표-낙남정맥은 이정표 뒤로 보이는 헬기장쪽 능선이지만 금지된 길이다.

 

▲큼직한 바윗돌이 차지하고 있는 영신봉 - 뒤로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한 뼘 거리다

 

▲금지된 길에서 만나는 전망대에서 건너다 보이는 노고단, 반야봉 쪽-작은 돌탑과 너른 암반이 있는 곳

 

▲주등산로와 다시 만나게 되는 지점의 돌 재단터-정맥은 재단 뒤쪽으로 이어진다.

 

▲재단터 앞 바위반석에서 보이는 남부능선- 저 앞으로 세 개의 삼신봉이 빤하다.

 

▲음양수-집채 만한 돌 아래로 각각 음수와 양수가 합쳐져 샘을 이룬다.

 

▲발 아래로 대성골

 

▲대성교 갈림길 직전에서 만나게 되는 하늘을 받치고 있는 갓바위-영덕갓바위 모습과 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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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남부능선의 대표적 명물

 

▲불탄 고사목 너머로 보이는 삼신봉-어느 산객 한 분이 고스락을 지키고 있다.

 

▲화마의 흔적이 남은 삼신봉 직전엔 금낭화 천국

 

▲삼신봉에서 건너다 본 지리주릉-오른쪽 끝 천왕봉

 

▲도장 한 번 찍고.... 외삼신봉에서 만난 광양산꾼님이 한 컷~~

 

▲외삼신봉의 광양 산꾼- 바로 앞으로 보이는 삼성궁을 담으시나...

 

▲산죽고샅길... 이정도는 그래도 양반에 속하는 편... 갈수록 태산이라오

 

▲고운동재- 오늘은 여기서 끄~읏

 

▲되돌아 온 거림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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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교|06/06/29-08:51|NOMAIL
상운아우님 모습 숨기고 있더니 낙남에 살림차렸구나...구래~! 진주분기점에서 지달리고 있을터니 빨리와라...ㅎㅎㅎㅎ묵계재 전후 산죽보다 더 직이는 산죽이 담에 환영해줄거여...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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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06/06/29-09:08|NOMAIL
쥔장님 낙남정맥 입성 축하! 축하! 월간지 기자 부럽지 않은 톡톡 튀는 위트와 매끄러운 문장. 거기다가 사진작가 뺨치는 사진솜씨! 낙남 장편소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산낄은 행복감을 느낍니다.^^

야~아 이 소설 재미있겠는걸! 232km의 소설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무탈, 즐산 낙남이를 사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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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황|06/07/01-11:47|NOMAIL
드뎌 새로운 뉴스를 보내주셨네요 우선 새길을 여심을 축하드립니다늘 안전한 가운데 좋은산행 하시고 목빼고 기다리는 우리방 손님들에게 좋은그림 마니 담아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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